저는 약 4년 정도 우울증을 겪다가 현재는 극복한 사람입니다.
각종 매체에 나오는 방법들은 저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녹황색 채소를 먹고 산책을 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그게 자의로 되면 우울증인가요.
우울증은 병입니다.
이 병은 주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 우울증 인정하기 - 병원가기
우울증 증상은 많은 곳에서 설명하지요.
그런데 그 증상들은 그저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만 봐도 거의 해당돼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울증 증상을 찾아보는 분보다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심각한 상태일 수 있어요.
먹고, 자고, 보고, 상황을 판단하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지요.
섭식장애, 불면증, 자해, 인식 장애, 기억력 장애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1가지 혹은 복합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경험으로 보자면, 사람이 몇 달쯤 못 자면 걸어 다니는 좀비 비슷합니다.
제가 우울증 인지도 모르고 살 때, 아는 분이 그러더군요.
"넌 불 근처 가지 마. 불 속으로 걸어 들어 갈 것 같아. 물에도 가지마. 물에 뛰어들 것 같아"
이런 증상들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호응과 응원을 받거나, 어딘가 기댈 곳이 있으면 호전되는 것 같아요.
다만, 듣는 사람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여러 번 반복되면 '너만 힘든 거 아니야. 그 정도도 못 견디면 어떡하냐. 별 수 없으니 참아' 이런 종류의 대답을 하게 됩니다.
나는 진짜 죽을 것 같이 힘들어서 말한 건데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이러면 마음 붙일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요(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우울증은 갑자기 생기기보다 천천히 쌓이고 쌓이다 펑! 터질 때가 가장 위험하고, 주위분들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지만 그게 쉽나요.
요새 같은 시기에는 내 마음 하나 추스리기에도 힘들기 때문에 옆 사람을 보듬기 어렵거든요.
또한, 심리적으로 오랫동안 안정적이지 않았던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면 '저 사람은 또 저런다' 또는 '원래 저런 사람이다'라는 인식하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제 생각에, 이건 부모와 자녀, 부부, 연인, 친구, 동료, 선후배, 선생님과 학생 등 모든 관계를 통틀어 일괄되게 적용되는 사항인 것 같습니다.
소아/청소년/갱년기/산후 우울증 등 아주 다양한 이름을 가진 우울증이 존재하는 게 그 증거이지 않을까요?
가까운 사람이 모두 도움이 되지는 않아요.
우울증은 병입니다.
병은 병원에서 치료합니다.
그러니 말을 할 사람이 필요하고, 심각한 장애들이 나타난다면 정신과를 가세요.
혹은 주위분들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정신과를 추천해주세요.
그저 '당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나요?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요? 당신의 상황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게 맞아요. 당신이 느끼는 기분은 지극히 정상이에요' 등의 말을 듣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병원 특성상 몇 주에 한 번씩은 방문해야 하는데, 그동안에 '외부'를 다니게 됩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나간 김에 병원 근처에서 식사를 해도 좋고, 다이소나 올리브영에 들려서 기웃거려도 좋습니다.
의사분께서 내주는 미션도 수행해야 해서, 뭔가를 하거나 혹은 하지 않았을 때의 핑곗거리라도 만들어야 하죠.
즉, 산책과 햇빛보기, 작은 여행, 그리고 대화를 하게 됩니다.
참고로, 정신과 의사도 사람인지라 대응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들 수 있어요.
모든 의사분이 그 의사와 같지 않아요.
포기하지 말고 여러 곳의 병원을 다녀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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